리마보안연구소 국내 첫 SAFE 방식 투자유치 성공…
先 투자·後 가치산정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워 자금조달에 애를 먹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리마보안연구소가 조건부인수계약(SAFE)를 통해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4월 국내에 관련 제도가 도입된 후 첫 성공사례다.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자금조달 문제로 사업화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에 단비가 될지 주목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불펌, 유출 등 온라인 보안추적기술을 개발한 리마보안연구소는 지난달 초 액셀러레이터 아이빌트로부터 기업가치 평가 없이 초기 단계(씨드) 투자금 5000만원을 유치했다. 그동안 리마보안연구소는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반면 당장 사업화가 어려웠던 탓에 투자자들이 기업가치 산정에 애를 먹어서다.

투자유치 물꼬를 틀 수 있던 것은 새로운 투자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투자방식으로 잘 알려진 SAFE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제로 성사된 경우는 없었다. 리마보안연구소가 국내 첫 계약 사례다.

첫 SAFE 투자를 진행했던 아이빌트 관계자는 “리마보안연구소는 기술만 보면 충분히 투자매력이 있었지만,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을 만한 실적이나 영업활동 등이 없었던 탓에 투자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며 “막 도입된 SAFE를 활용해 기업가치 평가를 다음 후속투자 전까지 늦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SAFE는 미국 와이콤비네이터가 시도한 투자 방식으로 당장 기업가치를 산정하지 않고 후속투자 유치 시 연동해 지분율을 책정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당장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 없이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투자사는 유연하게 기업가치를 책정해 추후 이익을 더 챙길 수 있다. 기업가치 산정이 가능할 정도로 회사가 커진 단계에서 후속투자를 진행, 후속 투자자들이 평가한 가치에 연계해 선행 투자자들은 일정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받는다. 일반적으로 20% 안팎 수준이다.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도 투자심사역의 역량에 따라 저평가되거나 아예 투자를 못 받아 문 닫는 경우들이 많다”며 “SAFE 같이 글로벌 기준에 맞는 유연한 투자방식들이 제도적으로 더 많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FE 제도 혜택을 받은 리마보안연구소는 모바일, 웹 등 온라인에서 동영상, 웹툰, 이미지 등을 무단으로 복사하거나 다운로드받을 경우 IP 등 비식별 정보를 즉시 추출하는 보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추출된 정보는 취합해 10초 안에 관리자에게 전송된다.

지식재산권(IP) 보호뿐 아니라 기업에서 비밀유출을 막는 보안 기술로도 확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보안 기술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보안솔루션도 연구·개발 중이다. 이준영 리마보안연구소 대표는 “AI 기술을 접목하면 사용자의 이용패턴 등을 분석해 무단 복사나 다운로드 등이 단발성 실수인지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인지까지 구별하고, 이에 적합한 단계별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 이민하 기자
2019.08.06